특급호텔갈 때마다 하나씩 꼭 챙겨오던 것들이 있었다. 이는 특급호텔을 찾는 숙박객들의 소소한 즐거움이기도 했다. 바로 ‘어메니티’다. ‘여행용 사이즈’의 미니 샴푸·컨디셔너·로션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굳이 쓸모가 없더라도 가져왔다.
특급호텔의 기념품 이미지로 굳어져 방문할 때마다 모으는 마니아층이 생길정도였다. 모두 고급 브랜드의 제품이라 모으는 기쁨도 있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더 이상 특급호텔에서 ‘어메니티’를 볼 수 없다고 한다. 무슨 일일까? 특급호텔에 분 ‘어메니티 퇴출 바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그동안 유명한 특급호텔이라면 대부분 미니 사이즈의 어메니티는 제공해 왔다. 일종의 호텔 고급화 전략으로 소용량인 샴푸와 린스, 바디워시 등을 명품 브랜드와 협업해 비치해 둔 것이다.
일회용기에 담아 호텔 투숙객들이 가져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조치했으며 호텔 홍보나 유인 수단으로도 사용되었다. 호캉스족들이 늘면서 기념품삼아 가져가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졌다.
그런데 앞으론 이런 것이 불가능하다. 세계 곳곳에서 불고있는 친환경 바람이 이제 호텔에까지 닿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호텔 체인들은 ‘플라스틱 퇴출 운동’에 적극 동참하며 미니 사이즈의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숙박객들의 소소한 기쁨이었던 ‘어메니티’도 사라지게 된 것이다.
실제로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세계가 함께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사회이슈중 하나다. 조사된 바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배출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2016년 기준으로 한해 약 2억4200만톤에 달하며 2050년에는 34억톤까지 급증할 것이라 한다. 때문에 요즘 우리 정부도 플라스틱 규제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환경부가 2022년까지 일회용품 사용량을 35% 이상 줄일 계획을 발표하면서 카페 매장내에선 1회용품 사용이 금지되고 마트에서도 비닐봉지의 사용이 금지되었다.
지금껏 일회용품 사용과 잦은 침구 교체 등을 이유로 호텔 업계는 환경 단체의 주요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환경 오염의 심각성이 드러나자 환경 유해 업종으로 꼽히며 비난받던 호텔 서비스가 발빠르게 친환경 서비스로 전환하고자 노력중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탈플라스틱 추세가 가파르므로 이에 적극 동참하는 움직임을 취했다. 글로벌 호텔 체인들이 일제히 일회용 욕실 용품을 줄인다고 발표한 배경으로 짐작된다.
런던에 본부를 둔 인터콘티넨탈호텔그룹(IHG)이 호텔업계 최초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목욕 제품을 대용량으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1년까지 IHG의 ‘홀리데이인 호텔앤리조트’, ‘인터콘티넨탈 호텔앤리조트’ 등 17개 브랜드에 적용될 예정이다.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 역시 ‘플라스틱 퇴출 운동’에 앞장섰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2020년 12월까지 여행용 사이즈로 제공하던 어메니티를 대용량 용기로 교체할 것이라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얏트 호텔에서도 지난 해 11월 12일, 더이상의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자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1년 6월까지 전 객실에서 플라스틱은 퇴출될 전망이다. 샴푸·린스·샤워젤 등이 대용량 용기로 바뀌면 글로벌 호텔업계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어메니티 연간 사용량의30% 정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 특급호텔들의 ‘어메니티 퇴출’은 점차 퍼저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의 시선도 점차 날카로워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일회용품 사용 철회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호텔 이용자로서는 걱정되는 부분이 많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리필 과정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녹농균이 번식할 수 있기 때문에 위생 문제에 대해 걱정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대용량 제품은 투숙객들이 함께 사용하게 되므로 안전, 관리 문제도 지적되었다.
안 소렌슨 메리어트 CEO는 “고객들의 항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비스의 질은 절대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걱정을 일축시키기 위한 발언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