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의 꽃이라 불리는 프랑스는 건축물, 미술관, 음식, 패션 등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팔방미인 여행지입니다. 낭만의 도시로 통하는 곳이지만, 처음 파리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이 장면을 마주치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는데요.
바로 노상 소변기입니다. 대낮에 성인 남성이 소변을 누는 뒷모습을 보는 일, 생각할수록 황당하고 엽기적인데요. 왜 프랑스에서는 여행객들이 활보하는 도심에 노상 소변기를 만들게 되었을지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소변을 보는 데 돈이 드는 나라
어디를 가든 무료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프랑스에서는 화장실을 찾기도, 무료로 사용하기도 어려운데요. 주요 관광지나 휴게소에 있는 공공 화장실조차 돈을 받습니다. 일부 화장실의 이용료는 무려 1.5유로, 약 2천 원 정도에 이르는데요. 사실 하루에도 여러 번 화장실을 가야 하므로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이죠.
유료 화장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무인으로 동전을 넣으면 들어갈 수 있는 형태가 가장 많습니다.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약간의 동전을 지니고 다니는 게 위기 상황에 여러모로 좋은데요. 미리 동전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볼일이 정 급한 경우엔 곧 노상 방뇨로 이어질 수도 있죠.
빨간 우체통 연상시키는 친환경 소변기 등장?
실제로 파리 당국에선 오랫동안 노상 방뇨로 골치를 앓고 있는데요. 아무 데나 볼일을 보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공공 소변기를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속 빨간 우체통을 연상시키는 이 공공 소변기는 프랑스의 제품디자인 전문기업 팔타지에서 만들었는데요. 대형 화분의 모습과 유사한 형태로 만들어진 이 소변기는 물을 사용하지 않고, 소변을 모아 퇴비로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고정된 배관 시설이 필요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설치도 쉬운데요. 빨간색 상자 아래 볏짚과 톱밥, 나무토막 등으로 채운 수집함이 있고 소변 통에는 센서가 내장돼 있어 통 안에 소변이 얼마나 찼는지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변이 차면 상자를 퇴비처리장으로 가져가 퇴비로 만든 후 오줌 깔때기 위에서 자라는 화분의 거름으로 사용하죠.
과연 정말 효과적일까?
파리 당국이 야심 차게 내놓은 친환경 소변기, 과연 정말 노상 방뇨 근절에 효과적일까요? 일단 다른 야외 소변기 디자인과는 달리 가림막이 없는 낮은 형태로 제작돼 외관상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은 물론, 남성들이 조준 실패하는 경우 옆으로 흘러나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소변기 주위엔 악취가 생겨 주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특히 이 공공 소변기가 노트르담 성당과 세느강처럼 파리의 주요한 역사적 장소 근처에 세워져 더욱 논란이 됐는데요. 가림막 없는 형태로 노상 방뇨와 다름없다는 점과 500만 원 가량의 비싼 가격에 ‘예쁜 쓰레기’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계속된 성차별 논란, 결국 일부 소변기 파손돼
이 공공 소변기가 성차별을 부추긴다는 비판은 쭉 이어져 왔는데요. 페미니스트 단체들은 공공 소변기가 파리 시내가 남성들의 전유물이며 그들은 자유롭게 공공장소에서 신체를 드러낼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지적했죠. 이에 대한 여성단체와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던 와중에 일부 소변기가 파손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생루이섬과 리옹역 인근 등 두 곳의 소변기 2대가 반대파에 의해 파손되었는데, 이들은 야간에 소변기를 생리대와 탐폰으로 도배한 뒤 콘크리트로 막아버렸죠. 파손된 소변기에는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모유 수유 행위가 비판받는 상황에서 남성들이 가림막도 없이 지퍼를 내리고 방뇨하도록 독려하는 행위라며 파리 당국을 비판하는 내용의 메모가 부착되어 있었습니다.
한편, 비단 성차별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공공장소에서 소변을 누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유쾌한 일이 아닐 거란 생각이 드는데요. 노상 방뇨를 근절하고, 퇴비로 재활용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라는 파리의 공공 소변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