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호텔이나 빌딩은 빌라나 다가구 주택과 달리 재건축 과정 없이도 다수의 청년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또 일부 업체는 호텔식 서비스까지 제공하겠다고 나섰죠. 이 소식이 알려지자 청년들도 몰렸습니다. 덕분에 호텔형 청년 주택은 무려 10 대 1이라는 청약 경쟁률을 보였죠.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본 현실은 달랐습니다.
월 38만 원으로 호텔 생활?
2019년 5월, 서울시는 본격적으로 도심 역세권 호텔을 청년 주택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했습니다. 첫 호텔형 청년 주택으로는 종로구 숭인동의 베니키아 호텔이 선정되었죠. 민간임대로 207가구, 공공임대 31가구로 공급될 예정이었습니다.
입주자 모집 공고에 따르면 호텔형 청년 주택은 그에 따른 서비스까지 제공해 청소, 식사, 빨래 등을 번거로워 하는 청년층의 환대를 받았습니다. 월세도 저렴하게 책정되었는데요. 무려 민간임대 20㎡ 기준 보증금 4864만 원에 월세 36만 원이었습니다. 보증금이 다소 높지만 월세가 낮게 책정되어 부담을 덜었죠.
매달 청구되는 옵션 비용
저렴한 월세에 호텔의 깔끔한 환경, 역세권, 호텔형 서비스까지. 호텔형 청년 주택은 얼핏 성공적인듯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호텔 서비스’에 부가 요금이 청구된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죠. IPTV, 인터넷 사용료 1만 2천 원은 차치하더라도 청소비 6만 원, 식사비 19만 2천 원, 관리비, 수도, 전기 요금까지 포함해 약 30만 원이 옵션비였던 것입니다.
예비 방문한 청년들은 방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요. 우선 카드 키로 문을 열고 카드 키를 꽂아야 전기가 들어오는 구조가 그대로였습니다. 방에 기본적인 싱크대와 세탁기는 설치됐지만, 기존 호텔의 책상, 의자, 침대가 그대로 사용되었습니다. 심지어 호텔용 카펫까지 그대로 남아있었죠. 한술 더 떠 업체는 이 가구 대여료로 월 1만 5천 원을 받겠다 선언했습니다. 또 옵션인 아침, 저녁 식사 비용과 청소 비용 제외가 불가하다 밝혔습니다.
민원이 빗발치자 서울시는 호텔형 청년 주택 운영 업체에 개정을 요구했습니다. 운영 업체는 별다른 항의 없이 해당 제안에 응했는데요. 180여 명의 청약 당첨자가 계약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이 주요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업체는 기존 가구를 철거하고 기존 입주자에게 추가 비용 철회를 안내하고 재입주 의사를 문의할 계획입니다.
대출도 안됩니다
높은 보증금을 대출받을 수 없다는 점도 문제였습니다. 호텔형 청년 주택은 월세가 저렴한 대신 보증금이 4000~5000만 원 대로 다소 높게 책정되었는데요. 1억 원대에 달하는 원룸 전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지만 사회 초년생이 마련하기 어려운 금액입니다. 이에 대다수 청년들은 주택도시 보증 공사의 자금 대출을 준비했었죠.
그러나 주택도시 보증 공사 보증 규정은 소유주와 임대인이 다를 경우 대출에 제약을 주고 있습니다. 때문에 4천만 원대의 임대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한 청년들이 속출했죠. 뒤늦게 문제를 인지한 서울시가 임대 업체와 협의에 나선 덕분에 보증금 절반은 업체가 무이자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청년 주택이 망한 이유
서울시와 업체의 적극적인 대처가 있었지만, 이후 추진된 호텔형 주택도 문제가 잇따랐습니다. 경쟁률 7 대 1을 기록했던 충정로 어바니엘은 민간임대 450가구 중 대다수가 미계약 되었죠. 청년 주택 운영사 측은 “청년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청소, 식사를 제공하려던 것”이라고 본래 의도를 밝혔습니다.
청년들은 업주의 의도를 이해한다면서도 서러움을 토했습니다. 한 입주자는 “미리 공지하고 설명을 자세히 해줬으면 감안하고 지원했을 것”이라고 말했죠. 다른 입주 포기자 또한 옵션 비용 관련된 내용을 “현장에서 처음으로 구두 전달받았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처음부터 뒤늦게 통보해 ‘꼼수’ 논란까지 겪은 호텔형 청년주택, 앞으로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