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고인을 마지막으로 보내는 의식인 장례식. 동서양을 막론하고 장례식이라는 단어는 어딘가 비통하고 엄숙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비통한 분위기에서 장례식을 치르는 건 아닙니다. 어떤 나라에서는 상여꾼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흥겨운 분위기 속에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면 충격받을 수도 있는 다른 나라들의 장례문화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바탕 춤판 벌어지는
아프리카 가나의 장례식
한때 흑인 상여꾼들이 관을 들고 춤을 추는 영상이 유튜브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이는 아프리카 가나에서 장례식 때 음악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는 의식에서 비롯된 것인데요. 가나인들은 죽음을 끝이 아닌 일종의 귀향이라고 믿기 때문에 경건한 애도보다는 축제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고인을 떠나보냅니다.
이 과정에 춤을 추는 상여꾼들이 고용되는데요. 가나에서 상여꾼은 아예 서비스 직종으로 따로 분리되며 상주의 주문에 따라 때로는 흥겹게, 때로는 엄숙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또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많은 부를 누린 사람일수록 장례식의 규모는 더욱 커지는데, 이는 관의 규모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보통 고인의 직업이나 소유하고 싶었던 물건 또는 내세에 다시 태어나고 싶은 동물 모양으로 관을 제작하는데요. 예를 들어 고인이 어부라면 배 모양이나 물고기 모형의 관을, 농부라면 평소 기르던 작물 더미 모양으로 관을 만듭니다. 이 때문에 가나에서는 결혼식보다 장례식에 드는 비용이 훨씬 많을 정도죠.
토막 낸 시신 독수리 먹이로
주는 티베트 장례식
티베트에서는 시신을 토막 내 독수리들에게 주는 조장(鳥漿)을 시행합니다. 이 같은 장례 방식을 두고 한때 야만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 티베트의 지리적 특성에서 기인한 것인데요.
티베트는 산지여서 땅이 거칠고 구덩이를 파기 어려워 시신을 묻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나무도 없어서 화장하기조차 힘들어 조장이라는 장례 방식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또 시신을 먹은 독수리가 하늘을 날면 죽은 자의 영혼도 하늘로 간다고 믿는 신념의 영향도 큽니다.
다다익선? 부조금은 ‘적당히’
내야 하는 일본의 장례식
일본에도 독특한 장례문화가 존재합니다. 일본에서는 누군가 사망하면 그날 밤 오쯔야(通夜)라 불리는 의식이 행해지는데요. 한자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밤을 새운다는 의미의 오쯔야는 집 안에 불단 혹은 제단을 세우고 밤새 고인의 곁을 지키며 넋을 기리는 의식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조문객의 편의를 위하여 밤을 새우지 않고 2~3시간 정도에 마치는 편이라고 합니다.
또 일본에는 부조금을 많이 넣는 문화가 거의 없습니다. 부조금을 많이 넣으면 고인의 죽음을 달갑게 받는다는 의미가 된다고 하여 많이 넣지 않는데요. 또한 많은 부조금을 받게 되면 받은 쪽에서 그 금액의 반 이상을 다시 감사함의 표시로 물건이나 다른 것으로 돌려주는 게 예의라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서로 번거롭지 않게 적당한 부조금을 낸다고 하죠.
단체로 전통춤 추는
뉴질랜드의 장례식
뉴질랜드에서는 망자에 대한 추모의 의미로 전통춤인 ‘하카’를 춥니다. 하카는 마오리족 용사들이 전쟁에 출전하기 전에 승리를 기원하는 의미로 추었던 춤인데요. 눈을 크게 뜨고 힘차게 발을 구르거나 손으로 허벅지를 강하게 때리는 동작으로 마오리족의 용맹성을 드러내는 데 쓰였습니다.
뉴질랜드에서는 총리 취임식 등 각종 행사나 축제가 있을 때마다 하카 춤이 등장합니다. 장례식에서도 마찬가지죠. 지난 2015년 뉴질랜드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교사의 장례식을 찾아와 단체로 하카를 추는 모습이 유튜브에 올라와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는 죽음으로 인한 슬픔에 빠져있기보단 특별한 방식으로 명복을 빌어주기 위한 풍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또 장례식에 사람이 많이 올수록 호상이라는 믿음을 가진 대만에서는 여성 악단을 초청해 퍼레이드를 펼치곤 합니다. 천주교 국가인 아르헨티나에서는 고인이 천국으로 가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 관이 묘지 안으로 들어갈 때 문상객과 유족이 손뼉을 치고 기뻐하며 환호를 한다고 하죠.
이렇게 나라마다 다른 장례식 문화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우리나라와는 다른 장례 방식이 낯설고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각 나라의 고유한 풍속 습관인 만큼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