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정작 그 본고장인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자는 무엇일까요. 최근 편의점, 대형마트에서 각종 PB 상품을 출시하며 제과업계 경쟁은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이 모든 상품을 제치고 한국인이 2019년 동안 가장 사랑한 과자가 무엇인지, 조금 더 알아봅니다.
손가락까지 씹는 2위 꼬깔콘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자는 2019년 3분기까지 롯데제과의 꼬깔콘이었습니다. 꼬깔콘은 손가락에 끼워먹는 방식으로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손가락에 낀 과자를 빼먹다 손가락까지 씹곤 했죠. 바삭한 식감을 가진 데다 맛까지 고소해 두고두고 맛도 재미도 잡은 과자입니다.
언론에서 집계한 꼬깔콘의 매출은 1~3분기 매출입니다. 당시 꼬깔콘은 매출 626.6억 원(2019년 총합 818억 원)으로 스낵, 비스킷류 과자 총합 1위를 차지했죠. 꼬깔콘의 베스트셀러는 ‘매콤 달콤한 맛’이었는데요. 과자만 먹던 과거와 달리 아이스크림과 함게 먹거나 잼에 찍어 먹는 등 다양한 방법이 알려지며 고소한 맛 등 기존 담백한 맛 제품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남다른 꼬깔콘 인기에는 AI를 활용한 전략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꼬깔콘은 형태를 유지한 채 다양한 맛을 출시하고 있는데요. AI 시스템 왓슨이 SNS 등을 분석해 내놓은 ‘꼬깔콘 버펄로 윙’은 추려 출시 두 달 만에 100만 봉지를 팔았죠. 또 손으로 과자를 집어먹지 않는 신세대를 겨냥해 털어먹을 수 있는 ‘꼬깔콘 PLAY’를 출시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2017년부터 부동의 스낵류 1위에 자리하고 있죠.
홈런볼의 갑작스러운 1위
2019년 4분기를 포함한 실제 1위는 바로 해태 홈런볼입니다. 홈런볼은 과자류의 슈크림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는데요. 2019년 835억 원 매출로 스낵, 비스킷류 총합 1위를 차지했습니다. 2019년 3분기까지 홈런볼 매출은 618억 원으로 꼬깔콘보다 매출이 8억 원 적었습니다. 하지만 4분기에 매출이 급등해 꼬깔콘을 17억 원이나 앞질러 1위를 차지했죠.
대체 2019년 4분기 어떤 일이 있었기에 홈런볼이 꼬깔콘을 앞지른 걸까요? 홈런볼의 성공에는 에어프라이어 열풍이 있었습니다. 2019년 11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에어 프라이어에 홈런볼을 구우면 겉바속촉(겉은 바삭 속은 촉촉)’을 즐길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집니다. 해태가 직접 실험 후 “막 만들어졌을 때 맛과 같다”라고 보도하자 순식간에 홈런볼 대란이 일었죠.
이외에도 홈런볼 1위는 스낵류의 매출 하락이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과자업계는 2015년을 정점으로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2019년 2위(818억)인 꼬깔콘의 2018년 매출은 무려 893억 원에 달했죠. 반면 홈런볼은 807억 원에 불과했는데요. 2019년 들어 해태는 매출 방어를 위해 홈런볼 세일, 이벤트를 대거 벌였습니다. 여기에 큰 용기, 작은 용기 등 각종 상품을 출시해 오히려 매출을 28억 원 증가시켰습니다. 꼬깔콘의 매출 하락과 홈런볼의 매출 상승이 교차한 것이죠.
자꾸만 손이 가 3위 새우깡
많은 분들이 1위로 예상했던 농심 새우깡은 총합 3위로 나타났습니다. 새우깡은 롯데제과와 농심이 분리될 때 함께 나온 브랜드인데요. 70년대 출시되던 당시 획기적인 공법과 맛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쥐머리 논란 이후 매출이 크게 줄어 현재 인기는 과거보다 덜한 상황이죠.
덕분에 3위를 차지한 새우깡의 매출은 810억 원입니다. 꼬깔콘과는 불과 8억 원 차이죠. 덕분에 2020년 또다시 스낵류 1위를 두고 꼬깔콘과 치열한 접점이 예상됩니다. 가수 비의 신곡 ‘깡 열풍’에 탑승한 덕분인데요. 농심은 비를 모델로 한 새우깡의 매출이 한 달 새 30%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외에 포카칩이 4위, 프링글스 5위, 맛동산 6위, 오징어 땅콩 7위, 커스터드 8위, 에이스 9위, 10위는 허니버터칩이 차지했습니다.
팔리던 제품만 팔린다
10위 과자 중 2010년 이후 만들어진 과자는 허니버터칩뿐입니다. 허니버터칩이 과거 열풍까지 일으킨 과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초라한 결과인데요. 순위권 과자는 대부분 2000년 이전 제품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홈런볼은 1981년, 꼬깔콘은 1983년, 새우깡은 1971년 출시된 제품이죠.
다르게 표현하면 팔리는 제품만 팔린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는 제과업계의 전략과도 연관이 깊습니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 홍보하기보다 기존 잘 팔리던 제품의 시리즈를 내놓는 것이죠. 딸기, 초코, 오레오, 아몬드 등 각종 맛으로 출시되는 빼빼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모든 시리즈 제품이 ‘빼빼로’이기에 다소 라인업이 부족한 신제품보다 매출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다만 웰빙 열풍과 영유아와 10대 인구의 지속적 감소로 제과업계 전반은 침체되는 상황입니다. 2020년 들어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며 제과업계 매출은 전년대비 20%가량 상승한 상황인데요. 제과업계는 일시적인 상승에 머물기보다 해외 진출을 통해 활로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