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된 미성년 혼인
불과 며칠 전 중국 광둥성 산터우시에서 18세 고등학생과 14세의 중학생 두 미성년자 부부가 결혼한 소식이 보도되어 논란이 일었습니다. 해당 사건은 두 십대 부부가 결혼식 뒤 가족들과 함께 뒷풀이 식사를 하는 영상을 중국 SNS인 웨이보를 통해 공개하면서 널리 알려졌는데요. 한눈에 봐도 앳돼 보이는 부부가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는 해당 영상은 조회수 5억 건을 돌파하며 많은 논란이 되었습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두 사람은 채팅 앱에서 처음 만나 교제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둘은 학업을 그만두고 양가 부모님들의 추진 하에 결혼식을 올렸는데요. 하지만 중국의 혼인법에 따르면 법정 결혼 연령은 남자 만 22세, 여성 만 20세로 이들의 결혼은 엄연히 위법입니다. 이에 이들의 부모는 강제성이 아닌 둘이 서로 결혼을 원했고 과거 풍습에 따라 결혼을 해도 괜찮은 나이라고 판단해 허락했다고 설명했죠.
이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네티즌들은 미성년 혼인은 명백한 위법이라며 이들 부모를 맹비난하는 댓글을 이어갔습니다. “14살밖에 안 된 중학생의 결혼을 허락하다니”, “법률에 무지했다고 해도 용서할 수 없다” 등 반응을 보였는데요. 한편 산터우시 당국은 조혼이 불법인지 몰랐다고 항변한 양가 부모를 불러 관련 법령을 서술한 뒤 공식적으로 결혼 무효 선언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혼 문화 암암리 성행
중국에서는 혼인법상 아동 혼인 금지법을 제정하고 미성년자인 아내와의 성관계는 강간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로부터 이어져온 조혼 풍습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는데요.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이른 나이에 결혼하는 조혼 문화가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농촌 마을의 경우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죠.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심각한 성비의 불균형 때문입니다. 과거 중국에서는 한 가정에서 자녀를 한 명만 출산하는 산아제한정책을 시행했는데요. 한 명만 낳도록 강요받다 보니 남아를 선호하는 경향이 생겼고 성비가 무너지면서 하루라도 빨리 결혼을 시키려는 부모들이 많아졌습니다. 중국 인민망에 따르면 올해 35~59세 사이 인구 중 남성 1500만 명 정도가 짝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결국 성비 불균형이 점차 뚜렷해지면서 부모들이 직접 나서서 경쟁적으로 결혼을 시키는 현상이 심해진 셈이죠.
조혼 마을도 존재
심지어 중국에는 일찍 결혼하는 비율이 유독 높아 ‘조혼촌’이라고 불리는 마을도 존재합니다. 윈난성 홍허주 진핑현이 대표적인데요. 최근에는 중국 농촌 마을에서도 조혼 풍습이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지만, 진핑현은 오히려 주민들이 나서서 마을의 전통을 지켜나가기 위해 힘쓰고 있죠. 이 마을 어른들은 아이들이 지나치게 학업에 열중하거나 성공을 쫓기보다 일찍 결혼해 가정을 꾸리도록 부추기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현행법에 따라 이 같은 풍습을 근절하려 시도하고 있으나 해당 마을 주민들이 암암리에 결혼식을 추진하는 덕분에 일일이 단속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는데요. 농촌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또 한 가지 이유는 타지로 돈 벌러 나간 부모님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들은 조부모의 손에 맡겨져 그들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고 중국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13세에 임신한 사례도
앞서 2017년에는 중국 하이난성의 한마을에서 13살 소녀와 16세 소년이 결혼식을 올린 소식이 전해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일었습니다. 두 사람은 각자 붉은 전통 혼례복을 입고 가족과 친척들이 보는 앞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요. 당시 13세 소녀는 임신 5개월인 상태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주었습니다.
결혼식 영상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대부분 13살과 16살의 너무 어린 나이를 이유로 들며 두 사람이 결혼과 성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죠. 이들의 결혼을 허락한 양가 부모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이어졌습니다. 이에 중국 정부는 관련 법을 강화하고 모든 미성년 혼인에 대해 무효 선언을 내리고 있는데요. 하지만 아직도 중국 일부 시골 지역에서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조혼을 일일이 단속하기란 어려운 실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