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사람들의 여행 수요가 급감했습니다. 전 세계로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하늘길이 막힌 데다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등을 막론하고 확진자 수가 대거 늘어나면서 여행 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죠. 국경이 닫히고 국제선 운항이 80%나 줄어들면서 사실상 중단 상태가 되었는데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가장 많이 예약된 비행기 노선은 있기 마련입니다. 11월 한 달 예약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약 133만 석을 기록한 이 구간은 과연 어디인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위 김포-제주 구간
항공 정보 업체 OAG의 자료에 따르면 11월 한 달 세계에서 가장 많이 예약된 비행기 노선 10곳은 모두 한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 등 나라의 국내선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그중 11월 한 달 예약이 약 133만 석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구간은 바로 김포-제주 구간이었는데요. 이어 베트남 하노이-호찌민 그리고 중국 베이징-상하이 구간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와 반대로 국제선의 운항은 여전히 막혀 있는 상태입니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이집트 카이로-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잇는 구간의 예약이 가장 많았으며 총 13만 석을 기록했죠. 가장 많이 예약된 국제선 노선 10곳 중 10만 석이 넘는 넘는 노선은 6곳밖에 되지 않는 등 저조한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133만 석이라는 수치는 사실상 코로나의 종식을 선언한 중국의 국내선 예약 수보다 많아 이목이 집중됐는데요.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을 떠날 수 없게 되자 제주도 여행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실제로 25일 제주도 관광협회에 따르면 11월 제주 내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 22일 기준 88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 많은 수준이었는데요. 이 같은 결과에 해외 누리꾼들은 “인구도 적은데 가장 많이 여행 다닌다”, “코로나 확산을 염두에 두지 않은 위험한 행동이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꾸준했던 제주 여행 수요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었던 건 국내 항공 및 여행 업계의 발 빠른 전략 때문이었습니다. 코로나가 한참 기승을 부리던 2월, 항공업계는 김포발 제주행 항공권의 가격을 단 돈 3천 원으로 내리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습니다. 여기에 유류할증료와 세금을 포함하면 1만 3천 원으로 구매할 수 있었는데요. 이후 제주도가 코로나 청정지역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제주 여행 비중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죠.
특히 7~8월 여름휴가 기간이 시작되면서 김포공항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습니다. 예년 같았으면 해외로 휴가를 떠났을 테지만 코로나 이슈로 인해 국내 여행을 택할 수밖에 없게 되자 많은 이들이 제주도로 눈길을 돌렸는데요. 이로 인해 제주 주요 호텔과 리조트들의 만실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또한 하늘길이 막히면서 신혼여행지로 제주도를 찾는 신혼부부들도 많아지며 제주여행 수요는 계속 지속됐습니다. 이에 맞춰 항공업계들은 제주 노선 운항을 확대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전략을 취했죠. 실제로 티몬은 지난 7월 1부터 10일까지 비행기 노선 예약 현황 조사 결과 제주도가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는데요. 제주 방문 비율은 점점 높아져 11월 셋째 주 주말에는 추석과 한글날 연휴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 3차 유행 시작
문제는 이처럼 제주도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코로나19 방역에도 구멍이 뚫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청정 지역이었던 제주에도 다른 지역에서 여행을 온 후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속출했는데요. 제주는 10월 한 달간 확진자 0명을 유지했으나 11월 3일 60번째 확진자를 시작으로 10명이 잇따라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모두 타지역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되었죠.
이달 들어 제주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 중 절반은 관광객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지난 24~25일 경남 진주시의 이장과 통장 회장단 21명이 제주를 방문한 뒤 집단 감염이 시작되었는데요. 이후 제주에서는 하루 3명꼴로 연속해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단순 여행 목적의 방문을 통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민청원 게시글이 올라와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최근 방역당국이 3차 유행을 공식화한 가운데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27일 신규 확진자 수는 또다시 500명대를 나타내면서 전날 583명에 이어 이틀째 500명대를 기록하고 있죠. 정부와 감염병 전문가들은 지금의 확산세를 꺾지 못하면 하루 1000명 이상 확진자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데요. 이럴 때일수록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여행은 잠시 미뤄두는 등 확산세 진정을 위해 동참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