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설렘은 비행기를 탑승하는 순간부터 시작되곤 합니다. 설렘도 잠시 안전한 비행을 위해 승객들은 반드시 안전 수칙을 인지해야 합니다. 객실 승무원의 교육과 각 좌석에 마련된 안내 영상 및 책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죠. 그런데 이때 몇몇 승객들은 엉뚱한 듯 타당하게 들리는 생각을 떠올리기도 하는데요.
바로 ‘기내 낙하산’입니다. 수 백 명이 탑승하는 여객기에 낙하산이 있다면 비상 상황 발생 시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세계의 어떤 여객기에서도 기내 낙하산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승객용 낙하산은 왜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요? 그래서 오늘은 그 이유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았습니다.
구명조끼보다 비효율적
낙하산의 실제 크기는 생각 이상으로 큽니다. 따라서 기내에 설치된 1인용 좌석 아래에 보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요. 부피가 큰 만큼 좌석 당 하나씩 놓인 낙하산은 항공기 전체 무게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성인 남자 1명 당 최소 14kg의 낙하산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승객이 400명이라면 약 5.6톤을 추가로 실어야 한다는 의미죠.
비용적인 문제도 동반됩니다. 낙하산은 특수 장비로 구분되어 정기적으로 검사와 재포장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비행기 한 대 당 수 백 개의 낙하산이 제공되면 유지 및 보수 비용이 크게 증가하게 됩니다. 흔히 알고 있는 노란색 구명조끼만 하나에 4~5만 원 정도로 알려져 있으니 낙하산으로 인한 비용 부담은 배로 증가하게 되겠죠.
교육도 훈련도
받지 않은 승객들
비행기 이륙 전 승무원들은 승객을 대상으로 안전 교육을 진행합니다. 승객들은 안전벨트 착용법부터 비상 탈출 요령까지 여러 기내 안전 수칙을 인지하게 됩니다. 이 중에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명조끼 사용법이 필수로 포함되어 있는데요. 구명조끼와 달리 낙하산은 실제 그 사용법이 더욱 복잡합니다.
단순한 동영상 교육만으로는 보통 승객이 낙하산을 메고 펼치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낙하산은 고도의 훈련이 필요한데요. 흔들림이 없는 장소에서 뛰어내리는 것도 대다수가 어려워하는데 일반 승객들이 4000m 이상의 높이에서 각각 뛰어내리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또한 비상 상황에서 제한된 공간 속 불안감을 느끼는 승객들에게 낙하산은 거부 대상이 될 수 있죠.
기존 비상구는 이용 불가
낙하산은 기본적으로 광활한 육지, 평평한 땅 등 안전한 낙하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야 합니다. 비행기는 정해진 운행 항로를 따라 이동하는데 해당 항로는 바다 위를 지날 수도 있고 산을 넘는 중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승객들이 정확한 위치 정보도 모르는 바다나 산에 낙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죠.
발생 가능한 사고 위험에는 낙하지점뿐만 아니라 비행기 구조 상의 문제도 존재합니다. 현재 모든 항공기는 비상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 비상구를 통해 낙하산을 이용한다면 승객이 날개나 꼬리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데요. 때문에 기내 낙하산을 도입하려면 항공기 꼬리 부분만이 이용 가능하며 이를 위해 항공기 재설계가 이루어져야 하죠.
창밖의 평화로움,
사실은 위험천만?
기내 창문으로 통해 바라보는 하늘은 아름답고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하늘 위에서 비행기는 평균 시속 900km로 매우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기내에서 보는 평화로운 하늘과 실제 외부 상황은 다른 세계라고 할 수 있을 정도죠. 여객기는 보통 지상으로부터 약 10km 떨어진 상공에서 순항하는데 해당 높이는 영하 50도의 기온, 지상의 30~40% 밖에 되지 않는 기압 등 지상과는 크게 다른 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 지상의 절반도 안 되는 기압은 공기밀도라고도 하며 이는 공기가 얼마나 촘촘히 모여있는지를 의미합니다. 상공과 같이 기압이 낮은 곳은 그만큼 공기가 희박해 움직이거나 이동하기 쉽지 않은데요. 항공기 내부와 외부의 기압차가 크게 나는 상황에서 낙하산 사용은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따라서 환경적 조건을 포함한 여러 근거들을 통해 기내에 승객용 낙하산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