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닐까 싶겠지만, 특정한 이유로 관광객을 제한하거나 거부하는 국가들이 있습니다. 이유는 각각 다르지만 대부분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또는 유적지가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여행객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죠. 오늘 소개할 곳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훨씬 이전부터 외국인의 여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해온 국가인데요. 과연 어떤 나라일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배낭여행이 금지된 나라
오늘 소개할 나라는 인도와 중국 사이에 낀 남아시아의 작은 산악 국가 부탄입니다. 국민 행복도 1위에 빛나는 부탄은 자연을 보존하고 이를 후대에 물려준다는 확고한 원칙을 고수하는 나라로도 유명하죠. 이 때문에 헌법에도 삼림의 비율이 60% 이하로 떨어지면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요. 부탄인들이 얼마나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울창한 삼림 덕분에 부탄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마이너스 탄소 배출량 국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자연과 생태 보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탄은 일찍이 관광객 수를 제한했습니다. 여행산업이 주력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와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관광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관광객의 수를 제한하는 대신 제대로 된 서비스와 자연환경을 보여주겠다는 정책이죠. 덕분에 부탄의 수려한 자연환경은 아직까지 온전히 보존되어 있는데요. 게다가 금단의 지역이라는 희소성 있는 이미지 때문에 매년 부탄 여행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죠.
까다로운 입국 조건
및 비싼 여행 경비
하지만 외국인 여행객은 부탄인의 초대나 본인이 승려가 아닌 이상 쉽게 입국하여 관광할 수 없습니다. 여행을 희망하는 이들은 부탄 정부에서 지정한 여행사를 선택해서 패키지여행을 해야만 하는데요. 여행도 현지 가이드 동행 아래 미리 정해진 관광 일정에 따라 움직여야 합니다. 현지인들의 삶의 터전을 보전하고 이들에게 수익이 돌아가게 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여행’을 위한 규칙이죠.
입국 조건도 상당히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지정된 여행사를 통해 여행비를 전액 지급해야 초청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데요. 부탄 파로 국제공항까지 운항하는 항공편도 매우 적어 성수기에는 항공 좌석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일 정도죠. 또한 1일 체류비가 성수기 250달러, 비수기 200달러로 매우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다만 체류비에는 숙박, 식사, 차량과 함께 최고 수준의 가이드 비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환경 훼손을 막기 위해 까다로운 입국 조건을 내걸고 있는 곳이지만 히말라야가 주는 장엄한 분위기와 청정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어 관광 수요가 몰리고 있는데요. 부탄 사람들도 평생에 한 번 가볼까 말까 하다는 불교 성지인 옴바사원도 여행을 희망하는 1순위 요소로 꼽힙니다. 절벽 위에 자리한 사원인 옴바사원에 오르기 위해 매년 많은 이들이 방문하곤 했죠.
부탄의 이색 풍경들
부탄을 여행하면 만날 수 있는 독특한 풍경들도 존재합니다. 역사와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부탄인들의 특성상 전통의상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거리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데요.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드물게 남자가 치마와 검은색 스타킹을 착용한 진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전통의상을 입지 않으면 벌금을 매길 정도로 엄격히 관리했으나 요즘은 자율화된 복장들도 종종 눈에 띄죠.
또한 부탄에서는 사람이 짐을 짊어지는 게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트레킹을 하려면 흔히 포터로 부르는 짐꾼의 역할을 소나 말 같은 가축이 대신합니다. 거리에는 신호등을 볼 수 없으며 트레킹 비용도 만만치 않게 발생하죠. 이외에도 전 세계 유일의 금연 국가인 부탄에서는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은 엄격히 금지돼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음식 역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부탄 현지인들이 먹는 음식은 외국 관광객들에게 진입장벽이 높기로 유명한데요. 부탄인들은 거의 모든 식사에 고추가 들어간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고추 사랑이 각별합니다. 대표적인 부탄 요리 ‘에마다시’는 말린 고기, 치즈, 고추 등을 버무린 반찬으로 부탄인들은 이를 주식과 같이 삼시 세끼 먹는데요. 매운 걸 잘 못 먹는 관광객들은 현지 음식이 입에 안 맞아 고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청정지역도 뚫은 코로나
한편,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관광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부탄에서도 올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처음으로 확인되어 당국이 비상에 걸렸습니다. 이에 부탄 당국은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 90여 명을 추적하고 여행 동반자와 가이드 등 밀접 접촉자를 격리 조치했는데요. 또한 향후 2주 동안 외국인 방문객의 입국을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입국 제한 조치였을 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가 봉쇄령은 내리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8월부터 부탄 정부는 바이러스 전파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전례 없는 봉쇄 조치에 들어간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부탄 내 슈퍼 전파자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는데요. 특히 부탄은 의료시설이 취약해 코로나가 확산할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어 당국이 봉쇄 정책을 내리면서 당분간 부탄 여행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