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중국 매체는 중국 지린성의 도로에서 백두산 호랑이가 포착된 장면을 보도했습니다. 호랑이의 활동 영역이 북한과 맞닿아 있는 백두산에서 중국 내륙 쪽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덧붙였는데요. 또 다른 보도에 따르면 중국 헤이룽장성 산림지대에서도 백두산 호랑이가 발견되었다고 전해졌죠.
멸종 위기 동물로 알려진 백두산 호랑이가 최근 중국 및 러시아 지역에서 발견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희소식과는 반대로 그들의 본 서식지인 백두산은 위기에 놓였습니다. ‘산 모양이 바뀌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백두산의 산림 훼손 정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인데요. 오늘은 대책이 시급하다는 백두산의 자연 파괴 실태를 알아보았습니다.
백두산의 생태학적 중요성
백두산은 높이 2,744m의 화산으로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거대한 칼데라에 의해 함몰된 성층화산인데요. 과거 화산 분출로 인해 형성된 칼데라에 물이 차면서 현재의 천지를 이루고 있습니다. 백두산은 1989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생물권 보호구로 등록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5월에는 북한이 백두산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록하기 위한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라고 발표된 바도 있죠.
백두산은 현재 남아 있는 냉대 삼림지대 중 가장 규모가 큰 산입니다. 그만큼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는 곳이기에 생물 다양성 보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이죠. 그러나 백두산은 사실 오래전부터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훼손 문제는 15년여 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는데요. 백두산 보전 지역 일부가 북한의 산업 개발로 인해 파괴되면서 그 훼손 범위 또한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벌목으로 무너지는
백두산 생태계
시베리아 호랑이와 같은 야생동물 서식지로 유명한 백두산은 그들의 서식지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서식지가 파괴되면 먹이사슬 체계가 무너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에 따라 백두산의 핵심이었던 생물 다양성의 가치 역시 잃게 될 수 있는 것이죠. 한편 백두산의 산림훼손은 한반도의 사막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그 원인으로는 북한의 무분별한 벌목이 지적되었는데요.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북한의 약 60%가 넘는 인구가 나무, 석탄, 동물의 배설물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때문에 백두산을 포함한 북한 산림의 32% 정도가 벌목으로 인해 황폐화되었다는 것입니다.
끝없는 인간의 욕심
황무지가 된 천지 주변
제 모습을 잃은 백두산의 현재를 만든 것은 북한의 벌목사업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백두산 훼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관광사업입니다. 백두산 정상 및 천지에 오르기까지는 단 5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2차선 포장도로가 존재하기 때문인데요. 도로 공사는 물론 하루에 수 천명씩 몰린 관광객으로 인해 백두산 천지 주변의 풀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죠.
중국 관광객을 포함한 2017년 백두산 관광객 수는 2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2018년에는 북한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백두산 관광을 허용하기도 했는데요. 백두산 관광에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한 2005년, 연변자치주는 1억 7천만 위엔(한화 약 290억 원)을 들여 케이블카 및 기타 관광 시설 건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백두산 인근에는 온천, 스키장, 골프장 등 시설 개발의 추진 계획이 이어졌습니다. 현재는 중국 지린성의 케이블카뿐만 아니라 북한에도 신형 케이블카가 개통되어 운행 중이죠.
근 몇 년 간 중국에서는 ‘황금 수원지’로 불리는 백두산 일대의 ‘광천수’ 생산이 화제였습니다. 2014년 이후 중국 대기업들이 해당 개발 사업에 너도나도 뛰어들며 매년 100~200만 톤에 달하는 광천수를 생산했는데요. 백두산의 광천수는 세계 3대 광천수로 꼽힐 정도로 맛의 가치가 높다고 알려져 있죠. 그러나 이 역시 자연훼손은 물론 수자원 고갈까지 이를 수 있는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었습니다.
한반도의 백두대간도 비상
백두대간은 백두산부터 지리산까지 이르는 한반도의 핵심 산줄기입니다. 한반도의 산맥을 형성하고 있는 각각의 산들은 백두산으로부터 뻗어 내려왔다고 말하기도 하죠. 최근 이 백두대간을 이루고 있는 대한민국의 산들마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 이유 역시 인간의 개발 때문인데요. 아파트를 포함한 건물, 도로에 사용되는 시멘트가 원인 제공이었습니다.
시멘트를 만들기 위한 석회석을 캘 수 있는 곳은 바로 백두대간의 광산입니다. 석회석 개발로 인해 충청북도 단양의 광산은 거대한 산봉우리가 잘려나갔습니다. 또한 백두대간의 중심부로 불리는 자병산은 측면의 가로 3km가 훼손되었죠. 이는 복구가 불가능한 상태이며 주변 지형 및 마을에까지 피해가 이어졌는데요. 광산과 시멘트 공장에서 발생하는 분진, 악취, 소음으로 인해 주민들이 진폐증에 걸리는 등 그 심각성이 크게 드러났습니다.
한 번 파괴된 환경은 원래대로 돌이키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로 인해 가치를 잃은 자연은 관광산업과 같은 경제 생태계마저 잃게 되죠. 환경보전과 지속 가능한 관광의 균형을 맞추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소중한 한반도의 자산을 더 이상 잃지 않기 위해서는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 낸 지금의 결과에 책임을 다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