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몰고 온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스키 점프대를 연상시키는 급격한 경사의 철로 위에서 지하철이 지나다니는 사진 한 장이 커뮤니티에 공유되며 궁금증이 쏠렸는데요. 일명 ‘인천 지하철 2호선 롤러코스터’라 불리는 이 노선은 정말 우리나라에 실존하는 것인지, 왜 이렇게 만들어지게 된 것인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얼핏 봐도 아찔한 경사
인천 서구 연희동 공촌사거리 구간에 위치해 있는 이 철로가 유명해진 것은 지난 2015년 지나가던 한 행인이 찍어 올린 사진 한 장 때문입니다. 가파른 철로의 정면 모습을 멀리에서 찍은 이 사진은 최근 국내 커뮤니티에 다시 업로드되며 화제를 모았는데요. 사진 속 철로는 마치 경사가 45도 이상 가파르게 기울어진 것처럼 보여 눈길을 끌었죠.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깎아지른 듯한 경사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롤러코스터냐’, ‘대체 왜 저렇게 만든 건가요?’, ‘타보고 싶은데 어느 구간?’, ‘국내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다’ 등 다양한 댓글이 쏟아졌죠. 한편, 사진 속 문제의 구간은 인천 지하철 2호선 검단 방향에서 경인아라뱃길을 넘어와 다시 지하로 들어가는 부분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착시 현상에 따른 것
스키점프대 만큼이나 가팔라 보이는 이 철로에는 사실 숨겨진 비밀이 있습니다. 정면으로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으로 이 철로를 접한다면 경사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 좌측으로 철로를 바라보면 매우 완만한 경사를 갖고 있는데요. 이는 일종의 착시 현상으로 인해 빚어진 결과입니다.
인천시에서도 안전상 아무런 문제는 없으며 옆에서 보면 일반 도로와 비슷한 3도 경사라고 주장했습니다. 3도 좌우면 경사도가 가파른 편이 아니지만 유독 아찔하게 보였던 이유는 기하학적 착시 때문인데요. 길이, 면적, 각도, 방향 등의 기하학적 관계가 객관적 현실과 다르게 보이는 일종의 착각 때문에 정면에서 보이는 모습이 유독 가파르게 보였던 것이죠.
실제로 인천 지하철 2호선을 타 본 이들도 경사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철로를 촬영한 다른 각도의 사진을 보면 이해가 쉬운데요. 인천 서구에 거주한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앞에서 보면 아찔하지만 옆에서 보면 다르다”라며 “‘롤러코스터’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뿐이지 실제로는 충분히 안전하게 지어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독특하게 지어진 이유
해당 지하철 구간이 이처럼 독특하게 지어진 데에는 불가피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구간은 인천 국제공항 철도, 인천 국제공항고속도로, 경인 아라뱃길을 한꺼번에 통과해야 했는데 하천의 밑바닥을 파서 터널을 만들기에는 당시 인천시의 재정이 부족했습니다. 건설비가 3배 가까이 늘어나는 하저 터널을 설치할 수 없었기에 지하철 레일을 부득이 지상으로 끌어올려야 했죠.
철도와 고속도로가 주변 평지보다 지형이 높은 탓에 역 위치도 따라서 상향됐으며 오늘날의 독특한 모습으로 지어지게 되었습니다. 인천시는 해당 철로의 경사가 3도 좌우로 안전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이 구간은 대한민국 철도로서는 가장 경사가 높은 구간에 속하는데요. 따라서 인천시는 안전을 위해 해당 구간에서의 하행 열차의 속도를 시속 80km에서 45km로 줄여 운행하기로 규정했습니다.
제주도 ‘도깨비 도로’
착시 현상에 의해 생겨난 신기한 도로는 제주도에도 있습니다. 주변 지형에 의해 내리막길이 오르막길로 보이는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도깨비 도로’가 바로 그것인데요. 1981년 신혼부부가 택시에서 내려 사진을 찍다가 세워둔 차가 언덕 위로 올라가는 기이한 현상을 목격한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 도로에서는 차량의 기어를 중립에 놓으면 스스로 오르막길을 거슬러 오르는 신기한 광경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직접 체험해보면 신기해서 웃음이 나오는 도로의 기이한 현상은 착시 때문인데요. 길 옆에 있는 도로, 나무, 숲, 계곡 등이 착시현상을 만드는 것이죠. 신비한 현상 덕에 도깨비 도로로 불렸으나 현재는 신비의 도로로 개명했습니다.
현재 이 도로는 입소문을 타고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차량을 세워두거나 물병을 놓고 착시 현상을 체험하는 관광명소가 되었습니다. 체험 관광객 방문이 늘어나자 제주도는 차량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해당 구역을 우회하는 도로를 개설하기도 했죠. 감속 표지판도 300m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는데요. 한편, 도깨비 도로, 신비의 도로로 불리는 곳은 제주도뿐 아니라 충북 제천시 등 전국에 몇 곳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