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기온이 영하 70도까지 내려가 극강의 한파를 자랑하는 ‘겨울 왕국’ 러시아. 북극권에 가까운 시베리아 북쪽으로 올라가거나 동쪽으로 갈수록 극단적으로 추운 기후를 보이는데요. 많은 기간 동안 눈으로 덮여 있는 지역이 많은 러시아는 폭설의 규모도 우리나라와 많이 다릅니다. 겨울만 되면 폭설의 빈도가 잦아져 교통 혼잡을 포함한 대란이 속출하고 있는데요. 인간이 거주하는 가장 추운 지역으로 알려져 있는 러시아의 겨울은 어떤 모습일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리모르스키에 내린 폭설
지난달 러시아 극동의 프리모르스키 지역에 때 이른 폭설이 내려 물과 전기가 끊기면서 주민 15만 명이 추위에 떨어야 했습니다. 러시아 기상청은 이틀 동안 이곳에 내린 폭설로 인해 전선과 나무에 1.2cm 두께의 얼음이 덮였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혹한으로 유명한 해당 지역에서도 30년간 나타난 적 없는 광경이라 주민들이 패닉에 빠졌습니다.
특히 프리모르스키 지구의 중심지인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얼어붙은 나무들이 도로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으며 얼음에 덮인 차 문을 열기 위해 사람들이 망치 등의 공구를 동원한 진풍경까지 연출됐는데요.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이 지역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군대가 동원되어 복구에 나섰으며 임시 수용 시설도 건설되는 등 온갖 대책이 강구되었습니다.
상상 초월하는 피해 수준
성인의 키를 훌쩍 넘는 폭설이 하룻밤 새 내리는 탓에 피해 수준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지난해 1월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에는 하루 만에 44센티미터나 되는 눈이 쌓여 도로에서 차량 사고가 잇따랐는데요. 모스크바 내 3곳의 주요 국제공항에서는 여객기 40여 대의 출발이 지연되고 11대의 운항이 취소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폭설로 수 백 그루의 나무가 쓰러져서 송전 선로를 차단하면서 1명이 목숨을 잃고 5명이 다치는 등 인명 피해도 잇따랐죠.
지난 2018년 2월엔 모스크바 동쪽 도모데도보 공항을 이륙해 러시아 남부 오르스크로 향하던 사라토프 항공 소속 안토노프 여객기가 이륙 후 4분 만에 레이더에서 사라졌고 결국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이 사고로 인해 타고 있던 승객 65명과 승무원 6명 모두 숨지는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사고 원인으로 폭설로 인한 악천후가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제기됐죠.
이달 초 모스크바에는 5일간 연속적으로 내린 기록적 폭설로 인해 이를 처리하기 위해 주민들이 고군분투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하룻밤 새 내린 눈이 2미터를 넘는 바람에 집 문 앞에 쌓인 눈을 인력으로 치우는가 하면 밖에 주차해둔 차를 산더미 같은 눈에서 꺼내는 모습들이 SNS를 통해 공개되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추운 마을
이처럼 극한의 추위와 폭설을 자랑하는 러시아는 북극권에 가까운 마을이나 도시일수록 더욱 혹한의 기후를 보입니다. 야쿠츠크의 1월 평균 기온은 영하 40도이며 베르호얀스크는 영하 45.9도를 기록하고 있죠. 그중에서도 북반구에서 제일 추운 지역으로 남극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추운 마을로 불리는 오이먀콘은 1월 평균 기온이 무려 영하 51.3도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오이먀콘은 러시아 연방 사하공화국에 위치한 마을로 인구가 5백 명 남짓 밖에 안 되는 작은 마을입니다. 1월 평균 기온이 영하 51.3도이며 심지어 1926년 영하 71.2도까지 기록했던 적이 있죠. 이는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의 기온으로는 최저 기록입니다. 특히 겨울에는 낮과 밤이 극단적으로 짧거나 길게 나타나는데요. 12월의 낮은 3시간에 불과하기 때문에 겨울에는 하루의 대부분이 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존하는 겨울 왕국, 얼음 지옥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극한의 추위를 자랑하기로 유명한 마을인데요. 따뜻한 물을 하늘에 뿌리면 얼음이 되어 흩날릴 정도로 춥기 때문에 바람이라도 불었다 하면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느끼게 됩니다. 즉 오이먀콘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 아니면 적응하기 힘든 곳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죠.
배낭여행객 많아지는 추세
세계에서 가장 추운 마을로 악명 높은 오이먀콘과 쌍벽을 이루는 도시도 있습니다. 몹시 추운 겨울과 엄청난 연교차로 유명한 베르호얀스크인데요. 이곳 역시 북극권 내에 있으며 겨울만 되면 극한의 추위를 자랑합니다. 1월 평균 기온이 영하 45.3도에 이르며 최저 기온이 영하 67.8℃를 기록했던 적도 있죠. 심지어 습도도 높아 일교차가 굉장히 작아서 겨울에는 대낮이나 한밤중이나 기온 차이가 별로 없습니다.
이렇듯 극강의 추위를 자랑하는 지역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추운 마을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최근 이곳으로 배낭여행을 가는 여행자가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올해 3월엔 국내 여행 유튜버인 빠니보틀과 곽튜브가 오이먀콘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죠. 이곳에 방문하려면 가장 가까운 공항인 야쿠츠크 공항에서 렌터카를 타고 21시간을 더 들어가야 하는데요. 수고스러움과 고생이 잇따르지만 인간이 거주하는 가장 추운 지역으로 알려져 있는 이곳의 추위를 경험하기 위해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