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 없는 길거리
한국의 길가에는 쓰레기통이 거의 없거나 적은 편입니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이러한 특징이 가장 당황스럽다고 말합니다. 한국인들은 외출 시 발생한 쓰레기는 급할 경우 편의점, 공공장소에 비치된 쓰레기통에 버리고 보통 집에 가져가서 버리곤 하죠. 길가에 쓰레기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깨끗한 거리에 많은 외국인들이 놀라워하는데요. 한국은 무단투기에 대한 감시가 철저해 길가에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곳곳에 설치된 CCTV로 무단투기를 감시하고, 실시간 음성으로 지원되는 CCTV 도입을 통해 쓰레기 불법투기를 쉽게 적발할 수 있기 때문이죠.
‘재활용 선진국’으로 불리고 있는 대만도 한국과 비슷한 사례를 보입니다. 대만 역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리의 쓰레기통을 최소화하기로 결정했는데요. 이외에 업체가 포장재 재활용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인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제도로부터 발생하는 수수료를 재활용 업계 지원 및 장비 확충에 이용하며 쓰레기 배출량 감소에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대만은 거리에 쓰레기통을 없애고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한 이후 1인당 하루 평균 쓰레기 배출량이 850g으로 줄어드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15년 전에 비해 무려 30%가 감소한 수치였죠.
입구만 다섯 개,
패스트푸드점 쓰레기통
한국 패스트푸드점에는 분리수거가 가능한 쓰레기통이 존재합니다. 한국인들에게는 익숙한 쓰레기통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매우 놀라운 물건인데요. 더불어 쓰레기통 주변이 깨끗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 외국인들이 많죠. 한국의 경우 일반 쓰레기, 플라스틱, 음식물 쓰레기 분리뿐만 아니라 빨대, 음료, 컵까지 각각 따로 배출할 수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 보통 입구가 하나인 쓰레기통에 모든 쓰레기를 버리기 때문에 여러 개의 입구를 가진 한국의 쓰레기통이 신기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죠
사실 외국인들이 쓰레기통의 외관보다 더 놀라운 점으로 언급하는 것은 한국인들이 자발적으로 치우면서 분리배출까지 한다는 점입니다. 외국은 먹은 것을 매장에 그대로 두고 가는 것이 일반적이죠. 그러나 직원들이 정리하는 빈도가 낮아 매장이 쉽게 더러워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글로벌 영어 커뮤니티의 한 글과 해당 댓글을 통해 각 지역 패스트푸드점의 위생에 대한 부정적 후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패스트푸드점은 바닥 걸레로 테이블을 닦는 것은 평범한 수준에 불과하다.”, “마드리드는 저녁시간 이후 노숙자, 취객이 많아 매장이 엉망이 된다”라고 언급되었죠. 또한 “나폴리 지점에서는 쓰레기 방치 손님이 많아 앉을 자리가 없어 결국 포장하는 손님이 더 많다”라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프랑스, 스페인 등 관광 지역 패스트푸드점은 청결유지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전해졌습니다.
돈 주고 사는 쓰레기봉투
한국에서는 규격 봉투에 쓰레기 처리 수수료가 포함된 ‘종량제 봉투’를 구입해 쓰레기를 배출합니다. 폐기물 처리 비용을 부과함으로써 배출량을 줄이고 재활용 분리배출 유도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입니다. 정부에서 허가한 봉투를 구매해 이용해야 하며 지역마다 가격이 다른 특징이 있죠. 그뿐만 아니라 일반 마트나 가게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봉투값을 따로 받는 것이 일상화되었는데요. 외국인들은 이 모습에 또 한 번 놀라곤 합니다.
외국은 한국과 달리 전용 쓰레기봉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 분리수거는 대부분 쓰레기 분리수거 업체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집집마다 업체를 계약해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쓰레기를 모아 수거업체가 설치한 집 앞 쓰레기통에 한 번에 버리는 경우가 대다수죠. 음식물 쓰레기도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며 이는 미국에서 불법이 아닙니다. 영국 역시 마찬가지로 ‘가정용 쓰레기(Domestic Rubbish)’가 쓰여있는 통에 모든 쓰레기가 버려지는데요. 세금에 쓰레기 분리수거 비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가정 내 분리배출을 자체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알려졌죠.
높아지는 분리수거 시민의식
28년 전 쓰레기 분리수거 의무화를 시작한 한국은 현재 일상 속 분리수거 습관이 자연스레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개인이 자발적으로 실천한다는 점이 외국과 가장 큰 차이로 꼽힐 만큼 한국인들은 분리수거에 대한 시민의식이 높은 편인데요. 한국은 아파트 거주형태가 대부분인 만큼 ‘모두가 다 같이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만연해 청결에 대한 의식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죠.
한국의 분리수거 문화가 알려지고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세계 각국은 분리수거를 포함한 쓰레기 배출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2019년부터 강제성을 띤 쓰레기 분리수거 의무화를 시작하면서 규정 위반 시 벌금을 부과하는 체제를 도입했습니다. 벌금은 개인 50~200위안(약 3만 3천 원), 기관 및 기업은 최대 5만 위안(약 830만 원)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항정우 시에서는 규정 위반 시 교통수단 이용과 은행 대출에 일정 기간 동안 제약을 받는 ‘사회 신용’ 페널티가 주어지기도 하죠. 엄격해진 중국의 규정에 따라 ‘왕웨궁’이라고 불리는 신종 직업까지 등장했는데요. 온라인 예약을 통해 월 약 5만 원에 가정 쓰레기를 대신 버려주는 직업입니다.
한국의 자발적 분리배출 문화는 많은 외국인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만 한국 곳곳에는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분리배출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쓰레기통이 없는 길거리’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아 ‘쓰레기 더미’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있는데요. 또한 쓰레기 종량제 도입과 경찰 CCTV 감시에도 불구하고 쓰레기 불법투기 현장이 적발되는 경우도 적지 않죠. 세계가 환경문제에 더욱 주목하고 있는 동시에 ‘분리배출 강국’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한국이 되기 위해서는 일부 개선이 더욱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