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국내 캠핑장이 전국적으로 붐볐습니다. 코로나 속 쉽게 떠나지 못하는 여행길에 대표 언택트 여행으로 자리 잡은 캠핑이 인기를 이어오고 있는 결과인데요. 이를 증명하듯 올해 8월과 9월 두 달간 캠핑 관련 상품 판매량은 전년 대비 25%나 증가했죠. 한국에서는 ‘야영’ 정도에 머물렀던 캠핑이 코로나 이후 더욱 대중화된 것입니다.
한편 해외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캠핑이 보편화되었습니다. 그중 북미 지역과 서유럽 지역은 ‘캠핑 선진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캠핑 문화가 활발한데요. 그들의 캠핑은 사실 한국인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캠핑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외국인과 함께 캠핑을 떠난 일부 한국인들은 그 방식 차이에 충격을 받기도 했죠. 오늘은 ‘캠핑을 이렇게?’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는 해외 캠핑 문화를 다뤄보았습니다.
적어도 너무 적은 장비,
캐나다
한국인이 흔히 생각하는 캠핑은 ‘알파인’ 캠핑으로 모든 캠핑 장비를 큰 배낭에 넣어 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안전한 숙박과 풍족한 식사를 위해 지참하는 준비물의 가짓수가 많은 편인데요. 바비큐 식사를 계획한다면 바비큐 장비까지 모두 챙겨가곤 합니다. 반면 캐나다의 캠핑은 장비 스케일이 매우 작습니다. 텐트와 스토브 정도만 가지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죠.
캐나다인들은 한국과 달리 캠핑장을 베이스캠프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텐트 주변에서 활동하기보다 그 범위를 벗어나 주변 관광에 집중하는 편이죠. 또한 한 끼 식사를 준비하기보다는 가져온 맥주나 와인을 한 잔 즐기는 정도로 가볍게 해결합니다. 이른바 ‘미니멀 캠핑’의 정석을 보여주는 문화입니다.
캐나다인들이 캠핑 장비를 최소화하는 이유는 건조한 기후 때문입니다. 캐나다의 캠핑장은 매우 건조해 화재 위험이 높아 그들에게 숙식 장비는 오히려 불필요한 짐이 됩니다. 모닥불은 지정된 나무로만 가능하며 밤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는 ‘콰이어트 타임’으로 불을 피울 수 없죠.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은 캠핑장에서 만난 동물들에게 절대 먹이를 주어선 안 된다는 것인데요. 이는 동물 스스로의 생계능력을 유지시켜주기 위함입니다.
미국에선 흔한 일
캠핑카 ‘모터홈’
캠핑카를 이용한 오토캠핑은 그 대여비와 기타 여건을 고려할 때 특별한 캠핑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미국인들에게는 일상적인 일인데요. 사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캠핑카’라는 용어는 미국에서 사용되지 않습니다. RV(Recreational Vehicle)라고 부르죠. 버스나 화물차를 개조해 만든 캠핑용 차량을 뜻합니다. 그중 모터홈은 주방, 침실,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갖춘 가장 큰 규모의 RV를 말합니다.
미국의 캠핑장들은 대부분 오토캠핑 맞춤으로 자신의 RV를 가져오는 미국인들이 대다수입니다. 대여도 가능하긴 하지만 소유형이 많은 미국의 RV는 같은 모양의 차량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외관이 다양하죠. 최근에는 벤이나 쓰레기 트럭 등을 개조해 만든 신개념 캠핑카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인들이 미국의 오토캠핑에 놀라는 것은 RV만이 아닙니다. 다 갖춘 캠핑카뿐만 아니라 텐트를 1~2개 더 이용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 이유는 캠핑족들의 자녀에 있습니다. 어린아이나 청소년 자녀가 있는 경우 그들의 공간을 따로 마련해 주기 위해서 설치하는 것이죠. 때로는 함께 온 지인에게 게스트 침실로 텐트를 제공합니다. 이는 개인 사생활을 매우 중요시하는 미국의 문화가 반영된 현상 아니냐는 추측이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숙박도 식사도 각자,
영국
영국의 캠핑 방식은 단체생활이 익숙한 한국인에게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집니다. 보통 한국인들은 캠핑하면 가족이나 지인들끼리 식사부터 숙박까지 한 텐트에서 함께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영국에서는 가족이 아닌 지인이나 친구와 함께 떠난 캠핑의 경우, 단체보다 개인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영국인들은 캠핑장에 도착하기 전 식사를 위해 구매하는 음식들은 물론 생수조차도 각자 계산합니다. 텐트 역시 4~5인용이 아닌 1인용 텐트를 각자 설치하죠. 영국인과 함께 캠핑을 경험한 한국인에 따르면 그들은 아침 식사까지 모두 개인적으로 해결한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한 영국식 캠핑 역시 타인의 프라이버시와 권리를 존중해 주기 위한 그들만의 배려가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
한국에선 아직 낯선
오토캠핑
이외 북유럽 국가와 뉴질랜드에서는 카라반을 이용한 캠핑 현장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카라반은 미국의 RV와는 또 다른 캠핑카로 이동이 가능한 차량에 침대와 주방이 갖춰진 트레일러를 연결한 것을 말합니다. 유럽에서는 ‘모터 카라반’, 뉴질랜드에서는 ‘캠퍼밴’으로 불리기도 하죠. 북유럽의 카라반 캠핑 현장에서는 독서를 하거나 조용히 식사를 즐기는 분위기가 특징으로 꼽힙니다.
북유럽, 뉴질랜드, 미국 등 캠핑 선진국으로 불리는 해외에서는 한 지역에만 20여 개의 오토캠핑장이 있습니다. 뉴질랜드에서는 남, 북섬을 모두 합쳐 수 백 개가 있다고 알려졌는데요. 오토캠핑장이 활성화된 만큼 전기 공급 장치, 공용 화장실, 쓰레기를 따로 버리는 ‘덤프 사이트’ 등 여러 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오토캠핑이 2000년대 초부터 본격 시작되었지만 현재까지도 그리 대중적이진 않죠.
최근 차를 이용한 캠핑 일명 ‘차박’이 국내에서 유행 중이긴 하지만 RV 및 카라반을 이용한 캠핑은 여전히 소수 캠핑족만이 이용 중입니다. 오토캠핑장은 일반 캠핑장에 비해 넓은 대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에 오토캠핑장이 적은 이유에는 지리적 측면도 존재하죠. 이처럼 캠핑을 즐기는 방식이 나라마다 각기 다른 것은 환경적,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인데요. 다르다고 해서 놀라울 순 있지만 어떠한 캠핑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는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