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각 지역마다 지니고 있는 고유한 문화와 풍경은 타 지역 사람들에게 낯설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음식부터 환경, 문화까지 지역 특색이 모두 다르다 보니 처음 방문한 사람들에게는 신기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은데요. 그래서 오늘은 타 지역 사람들이 유독 신기하다고 말한 전주의 특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교도소행 버스라고요?”
전주에서 버스를 타면 정류장 이름에 ‘교도소’라고 버젓이 쓰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전주 시내 중심가에 전주 교도소가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도시의 급속한 개발로 인해 교도소가 시가지 중심에 위치하게 된 것이죠. 평화동 아파트 단지에선 아예 창밖으로 교도소가 내다보여 주민들의 민원으로 외곽 이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2012년부터는 ‘교도소’라는 정류장 이름이 ‘평화동 종점’으로 바뀌었으나 표지판 교체는 다소 늦어진 편입니다.
지하상가의 부재
전주에는 특이하게도 그 흔한 지하상가가 하나도 없습니다. 이유는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전주에 지하상가를 세울 계획을 하고 땅을 팠으나 도중에 붕괴사고가 크게 났고, 결국 지하상가 건설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죠. 타 지역에 비해 전주의 지반이 약한 편이라 지하상가를 만들기에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는데요. 현재 다가교사거리에 남아 있는 지하 대피소가 원래 지하상가를 만들려고 했던 흔적입니다.
프랜차이즈의 무덤
워낙 음식이 맛있는 고장으로 유명한 전주는 맛집 밀도가 높아 중소도시로서는 이례적으로 식도락 여행이 가능한 곳입니다. 전국 곳곳의 한식당 간판 이름에 ‘전주’가 들어간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죠. 그만큼 전주의 음식은 맛있기로 명성이 자자한데요. 이 때문에 한식 프랜차이즈가 유독 맥을 추지 못하는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그나마 배달을 기반 프랜차이즈나 패밀리 레스토랑, 피자집 등 양식 계열의 프랜차이즈는 어느 정도 살아남은 정도죠.
미식의 도시로 소문난 전주에서 꼭 먹어봐야 할 메뉴를 꼽는다면 비빔밥, 순대 국밥, 콩국수 등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콩나물국밥은 맛있기로 소문나 있는데요. 서울의 설렁탕, 부산의 돼지국밥처럼 지역 주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지역 음식이죠. 일상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자극적이지 않지만 자꾸만 생각나는 중독되는 맛이 일품인 콩나물국밥. 전주 시민들도 가장 전주 다운 음식으로 꼽을 만큼, 전주에 방문한다면 꼭 먹어보길 추천합니다.
순대를 초장에?
각 지역마다 음식을 먹는 방법도 조금씩 차이가 있기 마련이죠. 전주에도 독특한 형태의 음식 먹는 방법이 존재합니다. 서울에서는 순대를 소금에 찍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전주에서는 독특하게도 초장에 찍어 먹습니다. 전주의 순대 국밥집을 방문하면 테이블마다 초장이 구비되어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죠. 순대 국밥에 당면 순대가 아닌 피순대가 들어가는 것도 전주만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콩국수를 먹는 방법도 다른 지역과 조금 다른데요. 다른 지역에서는 콩국수를 먹을 때 소금 간을 쳐서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전주에서는 설탕을 넣은 달달한 콩물에 메밀면을 말아먹는데요. 설탕이 들어 있어 맛이 이상할 거라 생각되지만 오히려 달콤하고 고소한 두유를 먹는 느낌이라 맛이 기대 이상이라고 합니다. 콩국수뿐만 아니라 팥죽, 팥칼국수에도 설탕 타서 먹죠.
전주 특유의 술집 문화 ‘가맥’
전주에는 ‘가맥’이라고 불리는 특유의 술집 문화가 존재합니다. 워낙 유명하다 보니 가맥 축제도 열릴 정도인데요. 가게 맥주의 줄임말로, 저녁이면 슈퍼에 평상을 깔고 주인아주머니가 맥주와 함께 간단한 안주를 만들어주던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가맥집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정겨운 분위기와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안주거리들입니다.
이곳에서는 동태전, 부추전, 계란말이, 황태와 같은 안주에 병맥주를 꽤 저렴한 값에 마실 수 있습니다. 또 낮에는 슈퍼로 운영하다 보니 과자도 함께 사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죠. 워낙 전주시 전체에 흔하게 널리 퍼져있는 술집 형태이다 보니, 일부 전주 시민들은 가맥이 전주 특유의 문화임을 모르는 경우도 많은데요. 최근 몇 년 사이 레트로 붐이 불면서 전주가 아닌 서울에서도 가맥집을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톨게이트부터 한옥
전주는 한국적인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한 여행지입니다. 전주에 들어오는 톨게이트부터 한옥의 외양을 하고 있죠. 전주역 또한 한옥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전북대학교의 가로등은 청사초롱으로 되어 있을 정도인데요. 전주시는 전통과의 조화를 이룬 도시를 만드는 사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특히 전주 한옥마을은 몇 년 전부터 미디어의 영향으로 외국인들과 우리나라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많은 국내 여행지 중 한곳으로 손꼽히는데요. 외국인에게는 한국의 역사와 전통, 체험 등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죠. 골목골목이 정갈하고 분위기 있어 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 사진촬영 장소로도 알려졌습니다. 또 한국의 전통 의복인 한복을 입고 연인 혹은 친구와 한옥 앞에서 사진을 남기는 묘미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전통적인 모습 기대했는데
곳곳에 고층빌딩 즐비
이렇듯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도시로 유명한 전주.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현재 전국에서 가장 고층건물 건설 붐이 크게 불고 있는 곳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전주시 서부 외곽의 빈 땅을 전북혁신도시로 개발한다는 계획 아래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세워졌죠. 지금도 혁신도시엔 40층이 넘는 아파트가 건설 중에 있습니다.
동쪽 끝인 전주역 인근에도 고층 아파트들이 신축되는 등 전주시 사방에서 고층 건물 건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전주 153 익스트림 타워는 층수로만 따지만 롯데월드타워보다도 높은 층수를 자랑합니다. 따라서 유구한 전통을 가진 도시일 거란 인식을 품고 방문한 사람들이 도시 곳곳에 세워진 고층건물을 보고 깜짝 놀라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