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는 다양한 축제들이 존재합니다. 전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 월드컵부터 시작해 스페인 토마토 축제, 리우 카니발 등 우리를 흥겹게 하는 유명한 축제들이 정말 많죠. 베트남에도 다양한 축제들이 많이 열리기로 유명합니다. 그중에는 우리의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이색 축제들도 많은데요. 오늘은 오직 베트남의 한 시골 마을에서만 볼 수 있다는 충격적인 축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옛 애인과 만나는 축제
베트남 최북단의 산악지대에 위치한 도시 메오박에서 동남쪽으로 20km 가량 가면 카후바이(Khau Vai)라는 작은 시골 마을이 나타납니다. 이 마을에서는 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축제가 매해 열리고 있는데요. 바로 음력 3월 26일과 27일, 단 이틀에 걸쳐 열리는 ‘러브마켓'(LOVE MARKET)이라는 축제입니다.
이날이 되면 전통 의상을 입은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눠 먹으며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축제를 즐기는데요. 독특한 점은 축제 날 옛 인연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풍습입니다. 매년 한 번밖에 없는 이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1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곤 하죠.
26일과 27일 이틀간 축제에 모인 사람들은 남편 혹은 아내의 허락 하에 옛 인연을 만나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단 남편 혹은 아내가 질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요. 축제가 끝나면 남편 또는 아내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것까지가 축제의 완성이라고 합니다.
독특한 축제의 유래
이 독특한 축제는 과거 다른 부족 간 결혼이 금기시되었던 베트남의 고산족 문화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출신 종족 때문에 결혼 반대에 부딪혔던 한 젊은 연인이 메오박을 떠나 번영의 땅으로 알려진 카후바이로 도망쳤는데요. 이후에도 계속해서 두 종족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고 결국 두 사람은 헤어짐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헤어질 때 매년 음력 3월 26일 카후바이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 년에 딱 하루,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인 칠월 칠석을 기리듯 카후바이에서도 짝을 이루지 못한 슬픈 인연을 기리는 ‘러브마켓’ 축제가 생겨나게 되었죠. 이날이 되면 가족의 반대로 또는 기타 다른 이유로 결혼에 실패한 연인들이 모여 과거의 행복한 순간을 회상하는 축제의 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오늘날 축제의 모습
현재까지 이 독특한 축제와 풍습은 계속해서 이어져내려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처럼 옛 애인을 만나는 데 집중하기보다 서로 모여 지역 지역 음식을 맛보고 대화를 나누는 흥겨운 축제로써 즐기고 있는데요. 소수민족들의 문화적인 차별성을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축제인 만큼 각종 이벤트성 문화예술 체험이나 전통 마켓도 열리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축제날이 되면 마을 주민들은 그 해 농사가 잘 될 작물을 예측하고 비가 내릴 날을 점지 받기도 하는데요. 행사가 진행되는 이틀 동안 곳곳에서 풍년을 기원하는 의식을 치르기도 합니다. 이렇듯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덕분에 독특한 시골 문화를 체험하고 싶은 관광객들도 이날 카후바이에 방문해 전통문화를 함께 즐기곤 하죠.
산골 분위기 간직한 마을
근 몇 년 사이에 베트남은 저렴한 물가로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해외여행지 중 하나였습니다. 저렴한 물가뿐만 아니라 도심에서 역사와 문화 탐방, 해변에서의 휴양을 모두 즐길 수 있어 많은 인기를 누렸죠. 베트남의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하노이, 다낭에 이어 호치민도 급부상했는데요. 다양한 관광 편의시설이 생겨나면서 여행객들에게 흥미와 즐거움을 주는 인기 여행지로 주목받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관광객들이 관광 포인트가 모여있는 도시들만 여행하며 덜 알려진 지역은 가보지 않았는데요. 너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관광지는 여행의 재미가 반감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베트남 다낭에는 한국인 관광객이 너무 많아 ‘경기도 다낭시’라는 웃지 못할 별명도 생겼죠. 카후바이는 기존에 잘 알려진 베트남 관광지에 질린 이들에게 추천하기 좋은 여행지입니다.
베트남의 많은 도시들이 관광지화 되고 있다면, 카후바이는 산골마을의 한적한 매력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죠. 주변 소수 민족의 문화가 한데 섞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베트남의 화려함과는 또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데요. 날씨는 매우 습하고 덥지만, 마을이 주는 편안함 때문에 재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한 워낙 작은 도시라 마을 주민들과도 금방 친해질 수 있다고 하니, 베트남의 진정한 문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카후바이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