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봄, 가을과 함께 찾아오는 ‘이사 철’. 이제는 이사 철이란 말도 옛말이 되었지만 여전히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평균 7.7년마다 이사를 하며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죠. 과거 용달차로 이삿짐을 옮기는 것부터 현대의 포장 이사까지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풍경인데요. 그러나 한국의 이사 과정을 본 일부 외국인들은 ‘신선한 충격’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한국은 이삿짐센터 서비스가 매우 발달해 있습니다. 단 하루도 채 걸리지 않는 신속한 이 서비스는 종종 ‘성격 급한 한국인’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치기도 하죠. 한편 일본은 한국과 가장 유사한 이사 문화를 보이는데요. 그러나 속도에서만큼은 한국과 정반대로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이를 답답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오늘은 한국과 비슷한 듯 다른 일본의 독특한 이사 문화를 알아보았습니다.
사다리차 없어
평균 비용 500만 원 선
외국인들이 가장 놀라는 한국의 이사 문화 중 하나는 고층 아파트까지 짐을 나르는 사다리 차입니다. 일본을 포함한 해외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소방차가 아니면 사다리차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일본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주택도 많은 편인데요. 따라서 일본 포장이사 서비스에는 무거운 짐도 직원이 직접 옮긴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비용이 추가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서비스 신청 시 냉장고, 서랍장 등 무거운 짐에 대해 미리 알려야 하죠.
일본의 이사는 사다리차가 없기 때문에 보통 엘리베이터나 건물 내부를 이용해야 합니다. 때문에 일본의 포장이사는 독특한 점을 가지는데요. 바로 건물 및 집 내부에 보호막을 두르는 것부터가 포장 이사의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시간이 꽤 소요되는 작업이죠. 한편 엘리베이터 및 현관에 들어가지 않는 크기의 짐이라면 분해 후 재조립하는 과정으로 이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되는 일본의 포장이사는 그만큼 가격도 높게 책정됩니다. 따라서 일본인들은 포장이사를 꺼려 하는 편이죠. 단 무거운 짐만 센터에 맡겨 비용 부담을 덜어내는 ‘기본형’ 반포장이사를 많이 이용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비용은 만만치 않은데요. 일본 거주 한국인 사례에 따르면 도쿄에서 홋카이도로 반포장이사를 이용했을 때 45만 엔(약 480만 원)을 지불했다고 전했죠. 평균 1백만 원 이내의 한국 포장 이사와 비교했을 때 5배 가까이 차이 나는 금액입니다.
프리, 오전, 오후로
나뉘는 서비스 시간
일본은 보통 하루에 한 집만 맡아 모든 작업을 끝내는 한국과 달리 이용 방법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일본 이삿짐센터 서비스에는 세 가지 종류의 계약이 존재하는데요. 프리 편, 오전 편, 오후 편으로 나뉘며 이에 따라 시간 및 비용이 달라집니다. 프리 편은 업체가 작업 시간을 결정해 신청자는 이사 시작 시간을 알 수 없습니다. 때문에 가격은 가장 저렴하죠.
오전 편과 오후 편은 말 그대로 하루에 반나절씩 다른 두 집의 이사를 담당하는 것입니다. 오전 편이 오후 편에 비해 가격이 더 높습니다. 그러나 오후 편은 오전 편의 작업이 모두 끝나야만 시작될 수 있는데요. 저렴한 가격 대신 작업 시작 시간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죠. 늦더라도 배상은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 이를 모르는 일본에 거주 중인 한국인들은 답답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일본의 용달차
단신 이사 패키지
일본의 대학생들 역시 한국과 비슷하게 학교를 주변으로 원룸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해당 지역은 이사가 잦은 편인데요. 일본에는 주로 원룸이나 1인 가구 단위의 이사를 도와주는 단신 이사 패키지가 존재합니다. 한국의 과거 용달차 트럭과 유사한 개념이죠.
주로 작은 트럭을 몰고 오는 직원과 거주자가 함께 짐을 싣고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서비스입니다. 많은 양의 짐은 아니지만 택배를 이용하는 것이 모호할 때 일본인들이 찾는 서비스죠. 경차를 운전하는 직원은 하루에 여러 세대로부터 신청을 받습니다. 빠른 회전율과 하루에 최대한 많은 건수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서비스의 목표입니다. 때문에 거주자의 협조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웃에 표하는 성의
한국은 떡, 일본은?
한국에서는 이사를 마치고 주변 이웃에 성의를 표하고자 전통적으로 시루떡을 돌리는 풍습이 있습니다. 일본 역시 옆집에 인사를 전하기 위한 선물을 준비하는데요. 일본에서는 수건을 선물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쇼핑센터에서도 인사 선물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으며 포장된 수건, 세제 등 물건이 진열되어 있죠.
현재는 간단한 수건, 과자 등으로 선물 품목이 좁혀졌지만 과거 일본에도 한국의 시루떡과 같은 전통 음식이 존재했습니다. 바로 ‘힛코시소바’라는 음식인데요. 이웃과의 관계를 소바처럼 가늘고 길게 지내자는 의미에서 선물했다고 전해지죠. 또한 ‘소바’는 동음이의어로 음식 이외의 다른 뜻이 ‘곁, 옆’을 의미해 옆집으로 이사 왔다는 뜻에서 힛코시소바를 돌리기도 했습니다.
일본은 행정구역인 현마다 인사 선물에 대한 풍습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러나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수건이죠. 일본의 포털사이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인사 선물로 수건, 과자, 세제 순으로 많이 선호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단순히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도 나라마다 다른 사회문화적 특징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