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묵적 필수사항, 야근
외국인들이 가장 경악하고 마는 한국 회사의 모습은 바로 야근입니다. 정식 업무시간을 초과하여 밤늦게까지 일을 해 내는 행동을 일컫는 ‘야근’은 한국 회사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본인의 업무가 남았거나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생기면 야근을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한국의 야근 문화는 본래의 목적과 살짝 벗어나는 부분이 있죠.
보통의 한국 회사에서는 상사가 퇴근하지 않으면 직원들 모두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당일 주어진 업무를 모두 끝냈더라도 상황은 변하지 않죠. 아직 직원들 간의 상하관계가 뚜렷한 한국 회사에서는 상사 퇴근시간이 곧 본인의 퇴근시간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에 외국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들은 왜 일을 끝냈는데도 눈치를 보아야 하냐며, 책상 데우기(desk-warming)라도 하는 것이냐는 비판을 쏟아내는데요. 개인의 필요에 의한 야근은 어쩔 수 없지만 상사에게 눈치가 보여 하게 되는 반강제적인 야근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야근은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강하게 주장하기도 하죠.
눈치 보이는 휴가
휴가를 사용할 때 과한 눈치를 본다거나 주는 모습도 외국인들의 시선에선 기이합니다. 그들에게 휴가란 엄연한 사생활의 영역이며, 본인이 사용하겠다는데 누군가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회사에서 정해진 휴가 일수를 모두 사용하지 않는 것도 외국인들에게는 충격입니다. 외국에서는 일 년에 정해진 휴가 일수는 모두들 채워서 소진하는데, 한국에서는 쉽지 않죠. 휴가를 사용했더라도 중간에 급한 일이 있으면 휴가를 반납해야 하는 일도 허다합니다. 추가 수당조차 받지 않고 휴가 기간에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외국인들은 이해하기 힘들어합니다.
누구를 위한 회식인가
한국 회사하면 빼놓을 수 없는 문화, 회식문화죠. 직원들 간의 친목과 단합을 위함이라는 명목하에 이루어지는 회식은 어느 순간 한국인들에게도 기피하고 싶은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모두가 즐거워하는 분위기에서 주도되는 회식은 좋지만, 집에 가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상황에 반강제적으로 참여하는 회식은 직장인들에게 큰 스트레스입니다.
이는 외국인들에게도 해당되는데요.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경험한 어느 외국인은 ‘회식이란 업무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퇴근 후에 누려야 하는 휴식은 물론 사생활도 보장받지 못하는 문화라는 평은 이미 외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하죠. 일과 삶의 영역은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실한 외국인들의 입장에서 한국의 회식문화는 달갑지 않습니다.
한국의 정(情), 선후배 문화
그런데 여기, 외국인들이 반감을 가지는 한국 회사 생활과는 달리 매우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문화가 있습니다. 바로 선후배 문화인데요. 학창시설부터 회사 생활까지 이어지는 한국의 선후배 문화는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입니다. 한국 회사는 신입 직원이 입사하면 회사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담당 선배, 상사를 소개해 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일을 하며 모르는 점이 생기면 제때 질문할 수 있죠. 선배가 후배를 책임져 교육 및 조언을 해 주는 모습도 우리에겐 일상적입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외국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섭니다. 외국에서는 선후배 문화가 없는 것은 물론 조언이나 충고를 받을 일도 기회도 없습니다. 일을 처음 시작하는 직원들에게 교육을 시켜주긴 하지만, 한국처럼 책임의식을 갖고 후배를 챙기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죠. 이런 면에서 외국인들에겐 한국의 선후배 문화가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달라도 너무 다른 한국과 외국 회사 문화. 때문에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외국인들은 불만을 터뜨리곤 하는데요. 하지만 그런 가운데 회사에서의 선후배 문화만큼은 좋은 모습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죠. 외국인들이 한국 회사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외국 회사에서 생활하는 한국인들이 겪는 고충도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는 데는 매번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드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