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에 팔 끼었는데…사망 이르러
지난해 부산 해운대구 한 특급호텔 수영장에서 초등학생 이 군이 물에 잠긴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진 사고가 있었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이 군이 이용한 호텔 수영장 유아 풀장의 수심은 불과 60센치미터로 키보다 훨씬 낮았지만, 왼쪽 팔이 물속 철제 사다리와 바닥 면 사이에 끼어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이날 사고는 안전 관리요원이 제자리를 지키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철제 사다리가 지침을 어겨 설치된 바람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었죠. 당시 이 군은 14분 동안 물속에서 버티다 뒤늦게 구조됐지만, 끝내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습니다.
철제 사다리, 왜 위험한가 봤더니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수중 철제 사다리의 설치에 문제점이 드러났는데요. 사다리와 바닥 면 사이 공간은 어른 손 한 뼘 정도로, 어린이의 팔이나 다리가 낄 위험이 상당히 큽니다. 이는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수영장 안전에 관한 기술 지침에 어긋나죠. 지침상 수영장 난간과 사다리는 손가락과 팔다리, 머리가 끼지 않도록 설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철제 사다리의 경우 표면이 매우 미끄러워 자칫 발을 헛디딜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었죠.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대구안실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 지역 내 수영장 28여 곳 가운데 끼임 사고 위험성이 우려되는 구조가 무려 12곳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유아나 어린이가 사용하기에 부적합한 수직 계단형이 설치된 수영장은 8곳이며 아예 사다리 설치가 안 된 곳도 5곳으로 나타났죠.
안전기준조차 없어, 제도 마련 시급해
전문가들은 수영장 내 벽면과 사다리 사이에 끼임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틈새 간격을 150㎜ 이상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경우 틈새에 팔 또는 다리가 끼일 경우 쉽게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국내 대부분 수영장의 계단은 함몰 또는 돌출형 봉 구조로 설치되어 있고, 이마저도 수영장 내 사다리 설치에 대한 기준이나 법적 규제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안전 사각지대로 놓인 실정입니다.
이에 대구안실련은 국내 수영장 등에 사다리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하도록 관계 당국이 전국적으로 실태를 전수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앞으로 이 군과 같은 안타까운 사고로 인한 피해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시설들을 개선하고 더욱 안전 관리에 힘써야할 것 같습니다.